단층 조망하기 : 금정산맥 장군봉 산행기(2008년 10월 28일)

일광, 울산, 양산, 배내, 밀양, 이들은 한반도 동남부를 가로지르는 단층들의 이름이다. 이곳 단층들은 신생대 제3기 중신세 이래 그 활동이 중단되었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하여 집중적인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신생대 제4기 퇴적층을 자르는 단층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어, 이 단층들은 신생대 제4기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활단층으로 간주되고 있다.

단층은 두 지괴가 단층선을 경계로 어긋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두 지괴가 상하로 움직이면 정단층 혹은 역단층이라 하고, 좌우로 움직일 경우 주향이동단층이라 한다. 단층선을 따라 암석이 파쇄되면 빗물이 쉽게 스며들어 풍화와 침식이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진전된다. 이와 같은 차별침식의 결과 단층선을 따라 단층선곡이 나타나는데, 평행한 두 산지 사이로 기다랗게 발달한 계곡의 형태를 보인다. 예부터 이곳은 기복이 비교적 적고 직선이라 중요 교통로로 활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뚜렷한 양산단층선곡에는 현재 경부고속도로의 양산-경주 구간이 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낙동강 삼각주가 있는 낙동강 최하류 구간도 양산단층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광단층을 따라 14번 국도(해운대-기장-울산)와 조만간 개통할 부산울산간고속도로가, 울산단층을 따라 7번 국도(동래-웅상-울산)가, 양산단층을 넘어 배내단층을 따라 69번 지방도(원동-석남사)가 달리고 있다.

차별침식을 받은 단층선곡들 사이에는 산지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울산단층과 양산단층 사이가 천성산맥과 금정산맥이 있으며, 양산단층과 배내단층 사이가 영축산-신불산-간헐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인 것이다. 단층선의 주방향과 대개 직각방향으로 이차적인 단층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전철종착역인 노포 부근에서 양산으로 이어지는 동래단층이 그 예에 해당된다. 이 단층은 천성산맥과 금정산맥을 자르고 있다.

우리는 이들 산맥과 단층선곡을 지도뿐만 아니나 구글어스 등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으로부터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규모와 연속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천성산, 영축산, 신불산과 같이 단층선곡과 평행한 산지의 봉우리에서 바라보면, 눈으로는 단층선곡이 확인되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그 규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규모란 3차원으로 확인할 때만이 뚜렷하게 인지될 수 있는 형상적 특징이라, 이를 위해서는 아주 높은 곳에서 비스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점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양산휴게소에서 금정산맥 쪽을 바라보면 삐죽이 내민 높은 암봉이 있다. 어쩌면 이곳에서는 동래단층뿐만 아니라 멀리 양산단층도 제법 멋지게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10월 28일 오후, 전철과 버스를 타고 거길 찾아 나섰다. 범어사에서 출발해 한달음에 북문에 오른 후, 금샘 옆에서 점심을 먹고 새로이 등산로를 정비한 고당봉(802m) 정상을 올랐다. 그 후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양산으로 이어지는 금정산맥 능선을 따라 장군봉(747m)을 향했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조망바위에서는 낙동강과 잘 어우러진 물금 쪽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장군봉을 오르는 억새밭 역시 장관이었으나 무심코 지나쳤다. 목표는 오로지 이름도 없는 그 암봉이었다.

예상 밖으로 장군봉 정상 부근의 암봉들은 거칠고 규모도 컸다. 더군다나 이곳의 지질은 화산암류라 절리를 따라 갈라진 단애는 경사도 급해 몇몇 곳은 로프를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낙동강 쪽 경관은 강 건너 신어산과 어우러져 장관을 펼치고 있으나 대개 역광이라 사진이 별로다. 여기서도 양산단층과 동래단층이 보이나 미리 보아두었던 그곳을 향해 계속 전진했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암봉에 도착했다. GPS로 확인한 고도는 518m이고, 경위도 좌표는 동경 129° 02′ 53″ 북위 35° 18′ 51″ 였다.

암봉은 능선 바깥쪽으로 위험스럽게 튀어나와 있었으나 접근은 용이했고, 그 위가 제법 널찍해 사진 찍고 휴식을 취하면서 조망하기에는 불편은 없었다. 안 부스러뜨리려고 딱딱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둔 초코파이를 꺼내고 보온병에 있는 따뜻한 물로 커피까지 만들어 제법 똥폼을 잡아 보았다. 그래 보았자 땀으로 후줄근한 산짐승에 불과하다. 늦가을이라 태양의 고도가 낮아 광량이 부족하고, 산 그림자가 기다랗게 드리운다. 결국 여름철 맑은 날을 기다려야 할 모양인데, 과연 또 올 수 있을까? 갈 곳도, 가야 할 곳도 많은데.

하산 길은 갑자기 고도를 낮추려니 경사가 만만하지 않다. 남녀혼성등산회가 산중턱에서 노래자랑을 벌리고 있다. 항상 솔로로 다니니 별 신경 쓰지 않지만, 오늘은 왠지 내가 외로워 보인다. 등산복이라도 좋은 것 입고 다녀야겠다. 시가지로 진입하면서 양산과 부산, 울산을 잇는 1077번 지방도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부산으로 가는 12번 버스를 탈 수 있다. 12번 버스는 부산 동래 롯데백화점에서 출발해 양산 - 통도사 - 내원사 - 등억 작천정 - 언양까지 가는 버스인데, 할머니, 할아버지 등산객으로 만원이다. 미래의 내 모습 같아 조금 언짢다.

이 버스는 바로 내 집 앞에 선다. 버스 내려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까지 단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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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조망지점에서 바라다 본 양산단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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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조망지점에서 바라다 본 동래단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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