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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Drive


5월 10일

어제 하루 종일 방안에만 있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죄 없는 남편에게 투정만 부린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시티 투어를 하길 마음먹는다. 외로움보다는 차라리 더위에 시달리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어제 아침에 들렀던 Hotel OCH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 Vada 12Rs, Sheera 10Rs, Special Tea 6Rs, Total 28Rs =900원) 처음에 Vada와 Tea만을 시켰는데, 앞쪽에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노오란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과 똑 같은 거로 달라고 주문했다. Sheera는 옥수수 가루를 찐 요리인데 설탕을 넣어서 인지 아주 달콤했다.

웰링턴 광장을 중심으로 포트 지역, 꼴라바, 타즈 마할 호텔, 인디언 게이트 등이 있고, 인디언 게이트 옆에 여행사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10시에 타즈 마할 호텔 앞에서 출발하여 저녁 6시 30분에 끝난다고 한다. (시티 투어 150루피=4500원, 점심과 입장료 불포함)

출발 시간에 맞추어 타즈 마할 호텔 앞으로 갔다. 호텔 앞 해변가 쪽으로 관광버스들이 쭈욱 길게 늘어서 있다. Taj 7106 버스를 찾아가 운전수 뒤쪽에 자리 잡았다. 에어컨이 없었다. 버스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 하루 더위에 푹 빠져 보는 것이다.

10시에 떠나기로 한 버스가 30분이 지나서야 출발했다.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긴 머리를 뒤에서 묶고 영화배우처럼 멋있게 생긴 가이드 청년이 밖으로 내다보이는 건물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한다. 그러다 웨일즈 왕자 박물관 앞에서 멈추었다. 입장료, 인도인은 15루피, 외국인은 300루피라 하며 30분의 시간을 허락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차별이지만 30분 동안에 박물관의 이모저모를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시간도 촉박하다고 생각해 그 옆에 붙어 있는 현대 미술관인 Jehangir Art Gallery로 들어갔다. 입장료도 없는 데다 인도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화를 소재로 한 인도 풍이 물씬 풍기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마음에 쏘옥 들었다. 거기서 한국인인 듯 보이는 사람을 만났다. "혹시 한국인 아니세요?" 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친구랑 한 달 동안 인도를 여행 중이라 한다. 어제 뭄바이에 도착해서 친구는 오늘 시티 투어를 신청하고, 남이 이끄는 데로 따라다니길 싫어하는 그녀는 혼자서 책을 보며 뭄바이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있는 중이란다.

한국어로 말을 해본 지가 며칠만인가? 그림 감상은 건성이고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가와 아그라의 타즈마할에 대해서도 얘길 나누고 인도의 무더운 날씨에 대해서도 얘길 나누었다.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땀에는 어떤 선크림도 소용이 없다며  맞장구를 쳤다. 갤러리를 나와 매점에서 미네랄 워터 둘을 사서 하나 씩 마셨다.

시간에 맞추어 버스로 돌아 왔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뒷좌석에 앉은 아이 엄마 둘과 그들의 아이 둘만 먼저 차에 타 있었다. 그 중 한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자꾸만 앵앵거리며 엄마를 계속해서 보채고 있었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엄마는 좀처럼 그 아이의 원하는 바를 들어줄 듯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매점으로 가서 그 아이를 번쩍 안고 무엇을 원하느냐고 하니, 아이는 잠시 주저하다 과자 한 봉지를 고른다. 버스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아이를 생각해 과자와 마실 음료를 더 사서 그 아이에게 주었다. 요렇게 간단히 해결될 것을... 아이의 원을 시원스럽게 들어 주지 못하는 아이 엄마의 생각을 이리저리 짐작만 해 볼뿐....

예정보다 20분 늦게 차는 다시 출발한다. 뭄바이 대학의 시계탑을 지나고 고등 법원 앞을 지난다. 이 일대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마치 유럽의 古都를 방문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차는 Marine Drive로 향한다.

해변가의 어느 길 위에 차가 멈추고 Taraporewaia Acqurium으로 들어갔다. 전시 내용이 너무 빈약했다. 가까운 동네에 있는 수족관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들은 신기한 듯 열심히 보고 있었고 아쿠아리움은 방문객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전시장 한 바퀴를 빙 돌고 나오는 데에 5 분이나 걸렸을까? 출구에 가이드가 서 있다 나를 발견하고 근처의 식당에서 먼저 점심을 먹고 있으라 한다. Veg-pulan을 시켰다. 뻐얼건 고추기름에 야채와 밥을 섞어 볶은 듯이 보이는 요리가 나왔다. Vegetarian 전문 식당이라지만 기름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니글거린다. 몇 숟갈 들다 그만 두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제 관람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식당 앞뜰에 삼삼오오 가족끼리 모여 앉아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먹고 있었다.

다시 차에 올라탔다. 옆에 앉은 남자가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곤 했다. 어느 나라 제품인지 슬쩍 흘겨보았더니 LG였다. 하이테크의 도시 뱅갈로르에는 LG 현지 공장이 있다는 소리를 라메시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가 부산에 왔을 때 홈플러스의 전자제품 코너에서 LG 제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가격이 얼만가 묻곤 했었다.

Kamaia Nehru Park에 도착했다. 공원이라고 하지만 쾌적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주위에 나무나 꽃을 심을 만큼 여유가 되지 않아서인가 나무 몇 그루 벤치 몇 개만 놓여 있어도 볼거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다만 마린 드라이브의 해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그리고 Mahalaximi Temple로 갔다. 사원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꽃목걸이 파는 가게, 향 파는 가게 그리고 사원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 가게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고,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나는 그들과 같이 입구 쪽에 신발을 벗어 놓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저 많은 신발들 중에서 내 신발을 잘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Nehru Science Centre와 Shivaji Park를 들린 후 마지막으로 Sidhivinayak Temple를 보고 Chowpati 해변에 가서 바닷물에 발도 적셔보았다. 이 바닷길로 배를 타고 계속해서 가면 부산 앞바다가 나오겠지 ...

가이드가 언제까지 오라는 시간에 맞추어서 왔지만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잠시 후 같은 버스로 투어 중인 한 아저씨가 곁에 다가 오더니 이런저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자신의 아이들과 아내는 지금 미국에 있고, 자신도 미국에 5년 간 살다 왔다고 하며 그곳에서의 생활이 자기와 맞지 않아서 다시 인도로 돌아 왔다고. 지금은 어느 회사의 엔지니어로 있다고 한다. 휴가차 뭄바이를 여행 중이라며 그리고는 당신의 나라는 잘 사는데 못사는 인도에 뭐 볼 게 있다고 여행을 오느냐 묻는다.

나중에 사람들이 다 모이자 주위의 여러 관광버스 등에 목적지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각각 다른 버스에 나누어 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돌아올 때에도 출발할 때와 같은 버스로 돌아오는데... 목적지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같은 버스로 되돌아가면 모두가 원하는 곳을 다 들러 그들을 내려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참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돌아오는 버스의 운전수 옆 맨 앞좌석에 가이드랑 나란히 앉았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교통 체증이 심했다. 서두를 이유가 아무 것도 없는 나는 맨 앞에 넓게 펼쳐진 차창을 통해 천천히 달리는 버스 속에서 뭄바이의 야경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마린 드라이브의 ‘Jazz By The Bay'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묻자 잘 안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는 커플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호기심 많은 가이드는 또 이것저것을 묻는다.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가 몇이냐?, 결혼은 했느냐?.... 신문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대답은 하지 않고 똑 같은 내용으로 되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가 몇이냐? 결혼은 했느냐? 이름은 정확히 듣지 못했다. 나이는 서른다섯,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 나이를 재차 물었다. 숙녀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알아맞춰 보라고 했다. 서른 둘.   나만 괜찮으면 오늘 하루 동행이 되어줄 수 있다고 한다. 이 사람을 믿어도 괜찮을까? 속으로 저울질 해보다 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즈 바이 더 베이에 가서 재즈 음악에 흠뻑 빠져 보고 싶었지만 모르는 남자가 더 무서웠기 때문에 흑흑..

버스는 어느덧 꼴라바에 도착했다. 8시 30분이다. 늦은 시각이다. 곧장 인터넷 카페로 달려가 남편의 편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점심을 굶은 나는 배가 너무 고파 코즈웨이의 이름모를 식당에 들어가 치킨 카레를 시켰다. 배가 얼마나 고팠던지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급히 인터넷 카페로 달려갔다.


 
어느 직장인의 하루

아침(10일) 7시 15분이다. 늦게 일어났다. 정한이를 9시 까지 보내어야 한다. 밥을 해 먹여야 한다. 식은 밥은 조금 있다. 조미김을 사 둔 것으로 꼬마 김밥을 즉시 말았다. 작은 김에 밥을 조금 넣어 깜직하게 만든다. 오늘 넥타이를 매고 가야겠다며 와이셔츠를 다리려고 한다. 어제 메일을 주고받을 때 넥타이 매는법을 다시 가르쳐 달라더니.... 너는 밥을 먹어라 내가 하였다. 면바지 하나도 들고 온다. 주름을 칼로 잡는다. 오늘 누구와 만날 약속이 있는지. 8시가 되어 간다. 아빠 출근 늦을 텐데, 가세요. 그래 오늘 눈동자에게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해 봐라. 잘 다녀오세요. 저녁에 보자. 오랜만에 차를 몰고 출근, 어제 4교시 때, 우리 반 학생이 영어 선생님한테 불손하게 하여 오늘 학교를 오지 않겠다고 부모에게 연락이 왔는데 이놈이 등교를 했는지, 학급에 가 보니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8시 20분에 직원 모임이 있다. 부서별로 전달 사항을 알린다. 14일은 오전 수업, 오후에는 간단한 행사, 자율학습은 안함, 과학부입니다. 과학의 날 행사 때문에 반별로 과학퀴즈대회 참가자를 5명 선발하여 오늘 중으로 연락 바람. 체육부입니다. 소변검사를 합니다. 소변이 흐르지 않게 잘 모아서 보건실로 보내 주십시오. 부반장을 잘 지도하여야 바닥에 소변이 흐르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들 모두 까르르... 교장의 일장 훈시, 퇴임기념사업으로 학교 현관 개선과 음악실 개선 사업을 하겠습니다. 교육감에게 돈을 타 왔습니다. 좋은 의견을 주십시오.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오월 힘내어 학생들은 가르칩시다. 교무부장이 직원모임을 마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전에, 1교시는 45분 수업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전에 하나 둘 일어서서 부산히 학급으로 교무실로 이동한다. 조례하러 교실에 들어가 자율학습 지도 일지를 점검한다. 6명이나 2차시에 도망을 갔다. 이놈들 스트레스를 준다. 일장훈시. 소변검사 있다. 퀴즈대회 5명 선발할 것. 자율학습 철저히 할 것. 가스시설점검표 안 낸 놈 내라. 오늘 하루 열심히 공부하자. 특별구역 청소를 안 한 놈 오늘부터 철저히 할 것. 그놈이 늦게 등교했다. 불러서 설득 시작. 선생님에게 사과를 하여라.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이놈, 잘못하여서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연하자가 먼저 의례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알아듣겠나. 예, 휴.... 이렇게 1교시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 설성룡입니다. 평가계인데요 학급성적일람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아 예, 제가 출력하는 방법을 몰라서, 전에 프린트 내어 주었는데요, 그렇습니까? 찾아보고 즉시 보내겠습니다. 학생들 확인 사인을 해서 주십시오. 옆 선생님에게 출력 방법을 알아 출력 황급히 교실을 찾아가 반장에게 즉시 할 것을 지시. 2교시 종이 울림, 하나 둘 교실로 출발, 복도에는 아직 학생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림..

나의 수업은 4, 5, 6, 8교시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도 왜 이리 바쁜가. 그래도 점심시간은 악착 같이 수면을 한다.

정말 안심하였다. 오늘도 저녁 10시 반(현지 시간 오후 7시)에 컴퓨터 앞에 기다릴 것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해서 글을 보낼 것이다. 여보가 컴퓨터에 앉자마자 오랜 동안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 오늘(10일) 밤과 내일(11일) 밤만 남았구나. 오늘은 웨일즈 박물관을 둘러보아라. 미장원(홍콩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도 하고...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불쑥 한 학생이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허락해 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고개를 올려 보니 우리 반 학생(거의 전교 일등 수준이며 한의대 진학이 목표인 학생, 중간고사 성적이 저조하여 자퇴를 결심 내신 성적 불리를 염두에 두었음. 벌써 1주일 전에 교장에게 이 학생이 자퇴를 할 것이라 구두로 이야기 하였고, 아버지가 찾아와 나와 상담 자퇴를 결정, 학교장과 아버지 면담 학교장 불허 방침 통보) 이 수업 중이나 교장과 면담하러 갔다가 나에게 왔다. 그래, 왜 그러지(그놈은 곧 학교 대표로 수학 경시대회에도 나가야 하며 서울대 자원이 하나 없어질 텐데 결단코 자퇴시켜 주지 않겠다는 교장 방침). 그렇다면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려서 아버지가 다시 와 해결하도록 하여라. 아버지가 교장과 다투든지 하여 일이 해결되지 않겠나. 예, 그럼 교실에 가라. 예, 쓸쓸히 교실로 가는 그놈, 씁쓸해 지는 나. 저렇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모습은 장렬하기까지 하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던가. 그래 나도 당신을 내 아내로 만들기 위해 그런 적이 있었지. 그런데 저놈을 아닌 것 같은데.....

아!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연구위원 선생님, 논술 자료를 엘엠에스에 탑재해 주십시오. 자료 누적이 연구 실적에 반영됩니다. 오늘 중으로 자료를 탑재해 주십시오. 아! 이제 그만. 수업 시간은 다가오고 교과서 내용은 예전에 다 연구해 두었던 것이나 기억이 다 날지. 교실에 들어가 승부하는 수밖에.... 학교에서의 종은 두 가지다. 마치는 해방의 종, 시작해야 하는 구속의 종. 나는 시작 종 소리만 들으면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고 싶다.

종뇨병 환자. 설성룡


 
점심시간에...

4교시를 마쳤다. 비교적 교무실과 가까운 2반이다. 머리카락이 휘날리도록 교무실로 온다. 손도 씻지 않은 채, 식당으로 비호같이 간다. 6명밖에 없다. 길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돼지갈비 전골, 오이무침, 김치, 풋고추, 작은 알루 삶은 것, 육계장 같은 국이다. 밥그릇은 매우 작다. 한 그릇으로 먹을려니 양에 차지 않지만, 눈치 보인다. 대화도 하지 않고 먹는 데만 집중, 또 집중이다. 메일을 보내야지, 얼마나 기다릴까. 내 아내를 외롭지 않게 해야지, 이틀 남았는데 마지막이 힘들겠구나, 같이 있어 주지 못하여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여권과 복대, 가방은 잘 챙겨야 할 텐데.

뭄바이에 있는 서민들이 가는 시장이 있다고 언뜻 들었는데, 아 fish market인 것 같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뭄바이가 항구여서 아마 어디 있어도 있을 것인데, 한 번 주위의 사람(특히 식당 종업원 들)에게 물어 보면 가르쳐 줄지도 모른다. 밥은 당신이 해 주는 밥보다 더 훌륭한 밥은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맛과 멋, 그리고 당신의 사랑이 라이락 향기처럼 진하게 배어 있는, 그 공고한 정성이 조미된 밥만이 밥이다. 식당에서의 밥은 먹이에 불과하다. 나의 몸에 있는 장기들이 필요한 영양소만 공급할 뿐, 당신의 해 주는 밥이 아닌 것은 모두 사료에 불과하다. 한 끼라도, 김치밖에 없어도-사실 나는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 당신의 밥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여, 당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또 하게 한다. 의례로 맛있다 라든지, 가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먹이로서 사료를 먹을 수밖에 없지만, 이제 사흘 뒤, 당신이 돌아와 진하게 휴식을 취하고 난 뒤, 당신의 밥을 기대하는 것이다.

아침, 내리던 비는 그치고, 기온이 급상승하고 있다. 모두들 윗옷차림이 짧아 졌다. 넥타이를 매던 사람들도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출근한다. 당신도 이제는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 하지 않겠니.... 뭄바이 대학 앞에 있는 넓은 정원으로 가 보아라. 너무 더워서 움직이기도 싫겠지만, 그렇지 아니면 꼴라바 거리에 있는 시디 가게에라도 들어가서 인도 음악 시디를 찾는 척하며-아니 (여기서 잠깐, 서동현이란 학생이 찾아와 종이컵을 하나 달라고 한다. 이 교무실에서는 종이컵이나 자신의 컵으로 커피나 차를 타서 마신다. 그런데 어제 어떤 학생이 선생님들이 타 먹을려고 준비해 둔 커피 믹서를 훔쳐가지고 나가다 적발되어 혼이 났다. 대단한 녀석... 얼른 일어나 컵을 하나 집어 주었다.) 실제로 몇 개를 사 와야지. 그곳은 에어컨이 있을 테니, 여유 있게 음악을 감상하며, 이것저것을 물어 보거나 알아 보면 요것도 더위 피하기와 아울러 시간도 보내는 한 개의 돌로 두 마리의 새를 잡는 방법이 아닐까! 그곳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이곳 시간 오후 6시) 정도에 다시 글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곳 시간 저녁 6시 30분(이곳 시간 10시 ) 정도에 본격적인 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할 것이다. 어제처럼 upset 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심 또 조심이다. 여권, 복대, 가방 등 필수적인 것을 잘 챙겨야 하느니라. 맛있는 인도 음식을 즐겨라. 즐기는 것이 최상의 견딤이다. 휘파람이나 콧바람을 불면서 거대한 인도를, 그들의 마음들을 즐기도록 하여라.

사랑하는 당신에게 설 성룡


  내가 가르치는 시

내가 가르치는 시, 도종환이란 분이 쓴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시는 비연 시이나 바람의 연과 비의 연, 그리고 완성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고, 비에 의해 젖는다는 것은 아름답고 완성된 삶을 성취함에 있어 불가결한 다양한 시련과 고통의 승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흔들리야만 더 곧을 수 있게 되고, 젖어야만 더 따뜻함을 생각할 수 있다는 평범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기만, 따뜻하기만 원하고 바라지만, 더욱 곧아짐을 전제하는 것은 흔들림이고, 젖어 차가움을 경험해야 스스로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이 시에서처럼 여보는 지금 더위와 외로움의 바람과 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함께 있어 당신에게 불고 있는 바람과 당신에게만 퍼붓고 있는 비를 차단해 주어야 하는 것이 나인 것이다. 거리만 떨어져 있을 뿐, 나는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내가 당신과 함께 있기에 당신은 어떠한 바람과 비도 이겨낼 수 있고, 이겨내어야만 한다.

서정주는 <견우의 노래>라는 시에서 "우리들의 사랑을 위해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라고 현재의 이별의 상황을 범인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단계의 사랑을 성취하기 위한 통과제의로 표현하였다. 사랑하는 선! 나의 사랑!

이틀이면 비행기를 탈 것이고, 일요일 저녁에 우리는 한껏 얼싸안을 수 있을 것이다. 화이링! 화이링! 화이링! 나의 사랑아! 힘을 더 내어 비바람 더위 외로움 무서움들을 이겨내자. 그것들이 어찌 당신을 어쩌하겠는가!

여권과 복대, 가방을 잘 챙겨라. 어떤 사람이 주는 음료수도 선뜻 먹지 말아라. 지금은 10일 목요일 오후 8시 56분 현지 시간 12시 26분이다. 분발하여라........ 당신의 설성룡


 
자율학습 감독을 하며..

퇴근을 하려고 부장에게 먼저 갑니다 하니 감독 바꾸었습니까 한다. 금요일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구나. 급히 집에 갔다 올께요. 집에 가니 정한이 목욕을 하고 나오고 있다. 라면을 끓여 먹이고 다시 학교로 오니, 우리 반 녀석들 몇이 플라이를 했구나. 일시 격분, 전화기에 매달려 집으로 전화를 한다. ++녀석이 집에 왔습니까?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갔습니다. 집에서 혼을 내 주십시오. 저희들도 괴롭습니다.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놀려고만 하니 부모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체벌을 가해서라도 선생님이 지도를 좀 해 주십시오. 아, 예 그러면 제가 혼을 좀 내주어도 괜찮을까요? 예. 전화를 끊고 다음 학생의 집에 전화를 하여 똑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스트레스....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이제 곧 자율학습이 끝난다. 집에 돌아가서 컴터 앞에서 당신의 메일을 기다려야지...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하다. 그곳은 후줄근하겠지. 오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었는지, 궁금하구나. 지난번 간다고 한 재즈바에는 다녀왔는지. 내일과 모레 토요일 날의 행동 요령은 다음과 같다.

내일은 거리를 헤집고(?) 다니며 쇼핑거리를 물색해 두었다가, 토요일 체크 아웃하기 전에 나가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음 다시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숙소에 맡겨 놓고, 이것저것을 구입한다. 점심을 해결하고 4시나 5시에 다시 숙소에 가서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점검하고, 특히 여권과 복대 등을 잘 점검하여야 한다. 꼴라바 거리나 타즈 호텔 옆에 가면, 택시가 많이 있을 것이니 흥정을 하고 공항으로 간다.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티켓팅을 하고 또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탑승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권을 다시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것이고, 해가 있을 때 공항으로 이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실천하여야 한다.

자율학습이 마쳤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학교가 씨끌벅적이다.

사랑하는 선! 집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아직 없어 텅 빈 그곳으로.......


 
집으로 돌아와...

자율 학습 감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메일 수신을 확인하니 아직 보지 않았다. 현지 시간 7시가 다 되어 가는데 어제는 이 시간보다 더 빨리 메일을 체크하여서 내가 메일을 보내기도 전에 upset 메일을 보내었는데... 또 다시 초조해진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며 당신을 기다린다. 지금 시간 10시 21분 그곳 시간은 이제 오후 7시가 다 되어 갈 듯하다. 저녁은 해결했는지. 나는 학교 식당에서 해결하였고 정한이는 아까 잠깐 내가 집을 들러서 라면을 끓여 주었다. 당신은 저녁을 먹었는지, 그 무더운 곳에서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었는지, 왜 이리 메일을 보지 않는지, 초조해 진다. 일각이 여삼추라.


  오늘은 메일을 열어보지 않는다

지금 시간 10일 밤 12시 22분 오늘은 메일을 열어 보지 않는다. 어제 내가 제 때에 메일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곳의 지금 시간은 8시 52분 정도 되었을 것이니 지금 그 시간에 인터넷 카페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일이라도 메일을 열어 보면 즉시 연락 부탁한다. 11일은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니, 앞에 보낸 행동 요령대로, 우선 쇼핑거리를 하루 종일 잘 보아 두었다가, 12일 날 일괄 구입해서 숙소로 돌아와 짐을 꾸리고 이때 반드시 여권을 되돌려 받고 해가 있을 때 공항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메일을 열어 보는 시간이 언제이든지 바로 답 메일을 보내 주기 바란다. 기다리다 지쳐서 이제 잠을 자야겠다. 그래도 잠이 깨는 대로 메일을 틈틈이 열어 볼 것이다. 내일은 여기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 그곳 시간으로 오전 10시 부터 메일을 열어 놓고 기다릴 것이다.

왜 메일을 오늘은 열어 보지 않는지 너무나 안타깝다.

선! 힘내어라!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고 믿는다!!!


남편으로부터 여러 통의 편지가 와 있었다. 수업이 비는 시간 틈틈이 계속 글을 써서 보내주었다. 내가 심심해 할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들로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와 오랜 시간 떨어져 홀로 있는 나에겐 남편이 보내준 아주 사소한 이야기도 즐거움이었다. 직장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편지 타령이나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현지 시각으로 밤 9시가 넘었으니 한국시각으로는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다. 그가 이미 잠들었을지도 모를 시각이다.


I came to my place after city tour.

I was so hungry so after eating something, now I check your mail.

I'm so tired and sweated a lot all day long like rainy.

In 2 days I'll meet you.

Last night I couldn't sleep well , so I called to the counter to order beer or something like that.

They said nothing.

But tonight I can sleep well, I'm sleepy and tired.

Good night!

-love Sun